만약에

사부작 사부작 2016. 6. 1. 22:33
만약에...



어떤 사람이 건물 경비원으로 일했다.
그는 아침마다 정원을 쓸고 사람들에게 밝게 인사하며 오랜 세월 성실하게 근무했다.
어느 날 건물 주인이 바뀌었다.
젊은 주인은 경비원이 해야 할 일들을 종이에 잔뜩 적어주며 그대로 하라고 지시했다.
며칠 뒤 경비원은 글을 모른다는 사실을 들켜 쫓겨나고 말았다.
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다녔지만 글을 모르고 나이까지 많은 그에게 일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.
고민 끝에 그 동안 성실하게 모아온 재산을 털어 작은 가게를 열었다.
장사가 잘 되어 많은 돈을 모은 그는 어느새 대형 체인업체 사장이 됐다.
어느 날 그의 재산을 관리해 주는 은행원이 말했다.
“사장님께서는 글을 모르시는데도 크게 성공하셨습니다.
만약 글을 읽고 쓸 줄 아셨다면 지금쯤 더 크게 성공하셨겠지요?”
그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.
그리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.
"꼭 그렇지도 않을 것 같네. 나는 여전히 경비원을 하고 있겠지."

- 이원규의 <벙어리 달빛> 중에서

금전적 성공을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.
시련을 이겨낸 그의 의지가 멋집니다.